[중앙 칼럼] 기로에 선 아리랑축제
내후년이면 40회가 되는 아리랑축제가 쇠퇴냐, 중흥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 동안 가든그로브의 US메트로뱅크 몰 주차장에서 열린 제38회 아리랑축제는 예년보다 부진한 흥행, 참가 부스 감소로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실망을 한 이들은 당연히 축제를 준비한 OC한인축제재단(회장 정철승) 관계자들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동안 무산된 축제에 대한 갈증으로 관람객이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런 결과는 1주일 앞서 열린 LA한인축제가 연인원 40만 명을 동원하고 역대 최고액인 100만여 달러 매출을 올린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 한인단체장은 “LA에선 지역 특산 농수산물이 많았다. 특히 한인마켓에서 구할 수 없는 품목, 내가 봐도 잘 팔릴 만한 아이템이 많아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리랑축제에선 특산물이 많지 않았고 공산품 부스 비율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장터 부스는 축제 흥행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LA한인축제 기간, SNS엔 ‘장터에서 파는 물건이 좋아 축제장에 가겠다’거나, ‘다녀왔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축제 장소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오랜 기간 축제를 지켜본 한 올드타이머는 “축제가 부에나파크에서 열릴 때보다 가든그로브에서 열릴 때, 관람객 수가 현저히 적다. OC의 한인 인구 중 약 3분의 2가 부에나파크, 풀러턴을 포함한 카운티 북부에 모여 사는데 당연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맞다. 과거 더 소스 몰에서 축제를 열었을 때는 많은 사람이 몰려 축제재단 이사들이 도로에서 교통 통제를 하고 주차 안내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정철승 축제재단 회장도 개최 도시에 따른 차이를 인정한다. 정 회장은 “가든그로브에서 축제를 열 때는 부에나파크에 비해 부스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축제는 30회를 맞은 지난 2013년 가든그로브를 처음 벗어나 부에나파크에서 열렸다. 당시 재단은 개최지 이전 결정 배경에 관해 “축제 개최에 반대하는 업주가 많아 개최가 어렵다. 또 최근 몇 년간 축제가 흥행에 실패하고 수익이 감소해 축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OC 최대 한인상권이 자리잡은 부에나파크로 간다”라고 밝혔다. 2014년 30회 축제는 비치와 맬번 길 코너 맥콤보 쇼핑몰에서, 이듬해 31회 축제는 라미라다 길의 비치~알론드라 구간을 막고 스트리트 페어 형식으로 열렸다. 2016년 32회 축제는 개최 장소를 찾지 못해 끝내 개최가 무산됐다. 33회와 34회 축제를 더 소스 몰에서 연 재단 측은 2019년 개최 장소를 찾기 어려워지자 35회 축제를 가든그로브에서 열었다. 가든그로브를 떠나 부에나파크로 옮긴 지 6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셈이다. 36회와 37회 축제는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다. 결국 부에나파크는 흥행 면에서 유리하지만, 오랜 기간 꾸준히 축제를 열 장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든그로브는 흥행에서 뒤처지는 반면, 장소를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일부 업주의 반대로 축제 개최 두 달여 전에야 장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당연히 벤더 섭외도 늦었다. 축제 준비 중 모친상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동분서주한 정 회장은 지난 2일 축제가 끝나자마자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축제를 가든그로브 딸기 축제가 열리는 빌리지그린 공원에서 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넓은 장소를 일찌감치 확보해 축제 준비에 전념하겠다는 의도다. 매년 축제 장소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축제를 열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 확보야말로 재단이 해결해야 할 급선무다. 내년이 아리랑축제 중흥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중앙 칼럼 아리랑축제 정철승 축제재단 la한인축제 기간 축제재단 이사들